🤔 [담쟁이 레터 9호] 2022년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9호 #담롱 #2022년 #연말결산

2022. 12. 27.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09. 2022년 12월 5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담롱 뉴 멤버 소개!

2️⃣ 인사이트방 엿보기
: #젠더뉴스_연말결산 #추모 #장애해방_기후정의 #바른글씨 #여성노숙인

3️⃣ 이달의 영업왕: 영화 <프란시스 하>

🎉 담롱의 뉴 멤버를 소개합니다!

마주 PD🕊️: 이것저것 찔러보다가 이것저것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직 영화를 좋아합니다.

융융 PD🤠: 집에서 쉴 때 제일 행복한 사람입니다. 고소한 아이스 라떼를 좋아합니다. 기후정의, 이주민의 삶 그리고 장애인권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여름 PD🌿: 담롱의 스타PD. 여성서사 콘텐츠에 진심입니다! 고향같은 담롱에 다시 돌아왔어요. 여성과 동물과 지구와 우주따위의 것들을 생각합니다.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플랫] 2022 젠더뉴스 연말결산

벌써 연말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늘 연말이 되면 으레 하는 말이지만, 2022년은 정말 다사다난한 해였던 것 같아요. 3월은 백래시 속에 대선이 치러졌고, 5월에는 <닷페이스>의 해산이, 9월에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벌어졌네요. <플랫>에서 정리해둔 일련의 사건들을 보니 당시의 감각이 생생하게 다시 느껴집니다. 여전히 성평등은 멀기도 하지만, 그만큼 변화를 열망하는 이들이 함께라는 생각도 동시에 드네요. 담롱 구독자 여러분도 2022년을 돌아보며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밟히고 묻히는 '추모'를 지켜내다

2022년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시사IN>은 올해의 인물로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꼽았습니다. 국가가 부재한 거리에서 기억을, 마음을 지켜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새하얀 국화를 내려놓는 마음. 색색깔의 포스트잇에 글씨를 새겨넣는 마음. 놓여진 국화를 정리하는 마음. 거리에 펜과 포스트잇을 사다두는 마음. 비 오는 날 포스트잇들이 젖지 않게 비닐을 씌우는 마음. 서로를 토닥이는 이 마음들이 2023년에도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장애인이라 죽고 운 좋으면 사는' 사회 바꾸는 기후정의행동"

기후변화에 따른 강추위가 도드라지는 요즘이에요. 그래서인지 저는 문득 덥고 습했던 여름을 떠올리게 돼요. 근데 생각해보니 올해 여름도 결코 순탄하게 지나가지 않았더라고요. 8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릴 때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 살고있는 일가족과 동작구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어요. 이들 모두 발달장애인이었고, 기후재난 현장에서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국가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었죠. 반지하가 아닌 안전한 공간에 살 수 있었다면, 주거권이 보장됐다면, 그리고 더 나아가 집과 시설에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이동하고 노동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뒤늦게 생각해봅니다. <비마이너> 기사의 "장애해방과 기후정의는 긴밀하게 연결됐다"는 구절을 곱씹어보며, 내년에는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고,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권리 보장으로 나아갈 수 있길 소망해봅니다.

어린이 몸에 맞는 글씨체는 따로 있다

저는 제가 악필이라고 생각해요. 제법 알아볼 법은 하지만요. 어릴 때 바른글씨쓰기를 열심히 했더라면 모음 끝이 꺾인 정갈한 글씨체를 가질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저는 그게 그렇게 하기 싫었어요. 기사를 읽다가 비로소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교본의 글씨가 어린이의 몸에 맞지 않대요! 어린이는 어른과 손의 크기도 근육의 움직임도 아귀힘도 달라서, 어린이의 손이 그리는 글자는 필연적으로 다른 모양일 수밖에 없다고요. 바른글씨교본은 바이엘 단계에 쇼팽을 강요하는 격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글자가 따로 있습니다. 그 글자엔 어린이를 어른이 되기 전 미완의 상태로 여기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하는 심리학, 교육학, 언어학, 운동역학의 복합적인 관점이 담기죠. 우리 세계는 참으로 복합적으로 어른 중심임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가난과 장애로 고립된 여성홈리스

대학생 시절, 저는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 봉사를 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서울역 9번 출구 지하 통로에 간이진료소가 세워졌죠. 개인적으로 봉사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날씨였습니다. 특히, 한파가 덮친 날은 유난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추운 날, 지하에 종이상자를 이불 삼아 자던 노숙인 분들이 있었습니다. 매서운 칼바람을 피하고자 역사 안으로 들어가려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분도 있었죠. 당시 서울역 같은 곳에서 여성 노숙인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을 넌지시 듣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 말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무료 급식소나 진료소에 쉽게 갈 수 없을뿐더러, 쉼터조차도 여성 노숙인에게는 안전하지 않으니까요.

그리 근사하지 못한 삶일지라도

영화 <프란시스 하>

#그레타거윅 #프란시스하 #삶 #뉴욕 #꿈

담롱에 다시 합류하고, 담쟁이 레터에서 처음 인사를 드리게 된 여름 PD입니다.올해 마지막 담쟁이 레터의 영업왕을 맡게 되어서 기뻐요!

담쟁이 분들의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은 어떤가요? 무슨 콘텐츠를 영업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자주 꺼내 보고 싶은 영화를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떠한 마무리를 하고,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을 때 저에게 묘한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영화 <프란시스 하>입니다.

▲ 영화 <프란시스 하>의 한 장면. ©IFC Films

<프란시스 하>는 노아 바움벡 감독 연출, 그레타 거윅이 연기하고 각본에도 참여한 흑백 영화로 2012년에 제작됐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프란시스는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친구와 살고 있는 27살의 무용수입니다. 남자친구와의 연애도 잘 안되고, 남자친구보다도 더 의지했던 베스트 프렌드 소피도 프란시스를 떠나가려 합니다.

잘 풀리지 않는 일상. 관계. 사랑.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꿈. 돈 앞에서 구질구질해지는 순간. 시차 적응도 못 하고 파리까지 가서 잠만 자는 프란시스. 이것저것 잘 해보려고 하지만 번번이 어긋나는 프란시스를 보면서 숨기고 싶은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됐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백 화면 속 프란시스는 반짝반짝 빛납니다. 일상을 이어가는 그 모든 순간에서 깊이 전달되는 삶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습니다.

<우리의 20세기(2016)>, <레이디 버드(2017)>와 같이 그레타 거윅이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그려내는 다른 작품들의 캐릭터들에서 저는 어느 정도의 공통점과 일관성을 발견하곤 하는데요. 어설프고 혼란스럽지만, 생동감 넘치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좋아합니다. 현실에 조금씩 타협할지라도 나의 삶을 긍정하고 성장하는 프란시스를 보며 작은 위로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이번 주. 지난 한해의 이런저런 마음을 바라보고 같이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모두 행복한 2023년이 되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멋지지 않을지라도, 괜찮을 거니까요.

여름 PD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