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원 KBS 제작본부장이 다큐인사이트 세월호 10주기 방송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4월이 아닌 6월 이후로 미루라는 지시를 했다는 뉴스 많이들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는 말엔 얼마나 많은 비겁이 깔려있을까요? 최소한의 윤리의식조차 없던 10년 전 4월 언론의 보도들이 떠올랐습니다. 막막한 마음에 은퇴를 번복하며 무려 60여 년 동안 노동계급에 대해 이야기해 온 켄 로치에겐 무언가 인사이트랄지 동력이랄지 그런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미뤄뒀던 <위대한 수업>을 봤습니다.

수차례의 검열을 경험한 켄 로치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부의 권력이 위기에 처하면 그들은 방송에서 해도 될 말과 안 될 말을 엄격하게 정해 줍니다⋯이런 위기 속에서는 방송사의 문을 걸어 잠그고 조명도 꺼버립니다." 그리고 윗선에서 막을 경우 어떻게든 둘러 이야기하라는 켄 로치다운 조언도 남깁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검열은 유구하게 반복되어 왔고 그 가운데에서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왔단 점을 다시 느낍니다. '방송이 원래 그렇지'하는 무기력에 머물고 싶진 않습니다. 2024년 4월의 TV에선 세월호 10주기 다큐를 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