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호] "여성 여러분"

#담쟁이레터 #담롱 #15호

2023. 3. 21.

📢 [15호] "여성 여러분"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15. 2023년 3월 4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인사이트방 엿보기
: #챗봇_문제 #노시니어존 #양자강_수상소감_삭제 #세신사

2️⃣ 이달의 영업왕: 책 <소녀 연예인 이보나>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인공지능은 무얼 먹고 사나?

챗GPT에 대한 기사가 그야말로 "쏟아졌다"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이 인공지능(AI) 챗봇이 얼마나 논리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에 감탄하고, 두려워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챗GPT 너머에는 '데이터 수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챗GPT를 덜 유해하게 만들기 위해, 케냐의 노동자들은 살인·고문·근친상간의 내용을 담은 텍스트를 분류하고 정신적인 문제에 시달립니다. 완전무결한 듯 보이는 AI 챗봇 뒤, 어떤 착취의 모습이 있는지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The Limited, Pick Up, 득템... 무슨 말이죠?"

얼마전 대형마트 무인 계산대에서 마음이 불편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앞서 결제하시던 할아버지분께서 포인트 적립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 직원에게 묻자, 직원으로부터 스마트폰으로 가입하시면 된다는 말 한마디만 돌아왔어요. 무인 계산대를 관리하는 직원 한 명이 고객의 물음에 일일히 답변할 수도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됐지만, 당황스러워 하시며 포인트 적립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키오스크 외에도 노인친화적이지 못한 상품 설명, 부족한 응대 매뉴얼도 참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어르신 친화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했다는 내용의 기획 기사가 나와 반가운 마음에 담쟁이분들께 공유드립니다.

"여성 여러분"

지난 12일(현지시각) 열린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배우 양자경이 아시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양자경이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여성 여러분(And Ladies)"이라고 한 부분을 SBS가 자막에서 누락시켜 논란이 됐는데요. 은퇴를 권유받다가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된 양자경이 여성들에게 전하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믿지 말라"는 메시지를 굳이 지운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삭제된 이름, 밀려나고 소외된 존재를 호명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논란을 통해 오히려 더 선명히 드러난 듯합니다.

찰싹찰싹 소리 나도록 때려서 깨끗하게

목욕탕 좋아하시나요? 어릴 때 저는 엄마 따라 목욕탕을 집처럼 드나들며 살았는데요. 습하고 평화로운 그곳의 풍경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두꺼비 조형물이 물을 뿜는 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45번~" 번호 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제 번호가 불리면 핑크빛 '때다이(세신침대)'로 가 눕습니다. 그곳엔 "세게 할까요, 살살할까요" 강도를 조절하며 능숙히 몸을 문지르는 세신사가 있습니다. 3월 '베테랑의 몸'은 20년 경력 세신사 조윤주 씨의 몸과 말을 살핍니다. 간병일을 하던 조윤주 씨가 체득한 세신의 기술엔 어떤 시간이 얽혀있을까요.

낙관하자, 환영받지 못한 존재에 경의를 담아

책 <소녀 연예인 이보나>

#책 #소설 #퀴어 #여성 #사랑 #역사

안녕하세요, 에디터 수달입니다. 영업왕 코너는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책보다 제 이야기를 더 많이 할지도 모르겠어요.

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고르시나요? 아는 작가의 신간, 표지가 예쁜 책...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끌리는 책은,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좋아하는 책입니다.

저는 10대 때 처음 스스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친구의 독서가 탐이 나서였어요. 친구는 저 책에서 뭘 보았는지, 어떻게 소화했는지, 다음엔 무엇을 이어 읽으려는지 궁금했어요. 책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저도 그 책을 읽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읽은 책이 아주 많답니다. 그때 제 안에 책도 쌓이고, 친구의 독서를 향한 믿음도 쌓였어요. 다행히 지금 제 곁에는 책을 끼고 사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행운이죠.

©민음사

한정현의 단편집 <소녀 연예인 이보나>. 2021년 초, 좋아하는 친구 여럿에게서 이 이름을 여러 번 들었어요. 아무렴 저의 독서 인생을 미루어 보아 뿌리칠 수 없는 유혹 아니었겠어요?

<소녀 연예인 이보나>는 지워진 존재를 아주 다정하게, 마땅히 슬프고 아프게 그려냅니다. 이 땅의 역사를 관통하면서도 기록된 역사에서 저만치 빗겨 선 사람들과 그들의 사랑을요. 식민지 경성, 해방 후 서울, 도쿄, 오키나와, 뉴욕에 분명히 존재했던 퀴어와 여성, 그들의 공간을요.

세계를 달리 보게 하는 이야기를 만난 적 있나요? 이 책은 문장보다 세계를 마음에 새깁니다. 제각기 강한 인물의 얽히고설킴, 시대에 환영받지 못한 구석을 비집어 비춘 삶, 그 삶을 향하는 다정한 시선을 새깁니다.

부족한 글솜씨가 다채로운 이야기를 납작하게 눌러버릴까 두려워 이렇게밖에는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친구의 독서를 믿듯, 여러분은 저의 독서를 한번 믿어봐 주시겠어요?

책 속 짧은 문장을 함께 보냅니다.

"낙관하자."

수달 에디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