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내 성다양성 축제'를 기획한 상글(왼쪽)과 칩코(오른쪽). ©담롱

"찌찌 순례에서 성다양성 축제까지"

담롱: 종교 공동체 안에서 여성으로, 퀴어로 산다는 건 어땠나요?

칩코: 음, 되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입학할 때 신입생 8명 중에 커플이 두 쌍 있었어요. 한 쌍은 헤테로 커플이고, 다른 한 쌍은 저랑 여자친구였죠. 절에서는 잠시 쉴 때도 여성과 남성이 절대 한 방에 있을 수 없게 했어요. 그 헤테로 커플을 그렇게 감시하셨죠. 그런데 저랑 제 애인은 그냥 두시더라고요. 퀴어 커플의 존재 자체를 상상을 못하시는 거예요.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퀴어 패스'를 얻었다고 했어요(웃음).

상글: 그리고 종교 공동체라 그런지 복장에 엄격했어요. 특히 여성 친구들에게요. 여름인데도 민소매나 레깅스같은 걸 못 입게 했어요. '엉덩이를 가려라'고요.

칩코: 가끔은 절 밖에서도 그랬어요. 절 근처에서 민소매를 입고 다니면 담벼락 너머로 소리를 질렀죠. '옷 입고 다녀!' 라면서요.

▲ '제3회 산내 성다양성 축제'가 열린 지리산 산내면 산내초교 앞 무대의 모습. ©담롱

상글: 몸을 파편화해서 보는 시선이 불편했어요. 우리 몸의 어떤 부분은 야하고 어떤 부분은 그렇지 않고, 어디는 드러내도 좋지만 어디는 가려야 한다는 게요.
어떻게 하면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친구들과 같이 고민하다가 '찌찌 순례'라는 걸 기획하게 됐어요. 포스터를 만들어서 홍보도 하고, 노래 '찌찌송'도 만들었어요.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입기 싫으면 입지 말고, 그렇게 자유롭게 마을을 한 바퀴 돌았죠.

찌찌 순례를 하면서 공동체 밖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했어요.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난 거예요.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즐거운 방식으로 전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시골에서는 청년이 놀거리가 풍성하지 않잖아요. 우리가 함께 더 재밌게 놀 방법을 고민하다가 '산내 성다양성 축제'까지 기획하게 된 거예요.

깜짝 레터가

담쟁이 선생님들의

하루에 뜻밖의 기쁨이 되기를 바라며,

고맙습니다.

- 담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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