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호] "고쳐져야 하는 것은 세상이다"

#담쟁이레터 #담롱 #16호

2023. 4. 4.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16. 2023년 4월 1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인사이트방 엿보기
: #챗GPT #트랜스젠더반대법 #광주 #아픈여자이론

2️⃣ 이달의 영업왕: 책 <빈곤 과정>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챗GPT가 몰고 온 다섯가지 그늘

평일의 저는 IT 기업에서 텍스트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동자입니다. 챗GPT는 회사에서도 뜨거운 이슈였어요. 저는 몇 초만에 수천자를 턱턱 써내는 기술 앞에서 '저런 게 언젠가 내 일자리를 뺏으려나'하고 혼자 덧없이 걱정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어요.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의 출처를 알 수 없는 데다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내가 입력한 회사 정보가 도리어 유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정보 인권과 정보 윤리라는 더 큰 문제가 제기됩니다. 지난번 람지에 이어 인공지능(AI)이 일으키는 문제를 모아 정리한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하원의원이 트랜스젠더 반대법에 분노한 이유

미국 켄터키주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주(州)들을 중심으로 트랜스젠더 반대법이 잇따라 도입되는 상황입니다. 이 법은 트렌스젠더 미성년자 성전환 치료가 금지될뿐더러, 학교에서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관한 토론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켄터키주의 경우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해당 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를 주의회가 표결을 통해 무력화시켰습니다. 제가 공유한 기사는 파멜라 스티븐슨 주의회 하원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동료 의원들을 강하게 질책하는 영상입니다. 스티븐슨 의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흑인을 혐오했고, 유대인을 혐오했고, 이제는 모두를 혐오하고 있다. 남은 사람이 당신뿐이라면 자신을 혐오할 것인가요?"

살아남은 자들의 도시

오늘 공유하는 글은 광주에 대한 글입니다. 2019년 전두환이 광주에 와서 꾸벅꾸벅 법정에서 졸고 시민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던 날. 그날 광주 사람들이 겪었던 절망과 슬픔을 세세하게 담았습니다. 전두환의 차를 둘러싸고 소리를 지른 사람들, 가로수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린 할머니. 이 글 속에 담긴 할머니의 말들은 자꾸만 가슴을 파고듭니다. "왜 사과를 안 해. 왜 안해. (…) 남편이 저 사람 때문에 많이 아팠는데 (…) 사랑했는데."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매해 증언을 이어가는 사람들. 곱씹어야 할 일들이 많은 사오월입니다.

아픈 여자 이론

미국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작가 오드리 로드는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은 자기 방종이 아니라 자기 보존이며, 정치적 전쟁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담쟁이 선생님들은 지난 2주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퀴어, 아픈 여성, 트랜스, 그리고 비순응적 젠더 주체인 예술가 요한나 헤드바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픈 여자 이론이란 "세상이 그들의 생존에 반하여 세워졌기 때문에, 생존할 예정이 없었던 이들을 위한 이론"이라고요.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기관이 당신의 존재를 승인하여 그들의 기준에 따라 당신을 고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사상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귀한 당신은 고쳐질 필요가 없다. 고쳐져야 하는 것은 세상이다."

가난한 사람은 왜 '자격 없는 국민'이 되었을까?

책 <빈곤 과정>

#책 #빈곤 #인류학 #반빈곤운동 #사회보장

빈민, 가난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떠한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도시의 부랑인, 노숙인, 노점상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직접 마주했던 경험을 생각해봅시다. 혹은 뉴스에서 접했던, 사회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죽어나간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을요.

빈곤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나, 이를 구조적 원인으로만 치환하여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노력의 부재로 인해 빈곤이 발생한다는 생각, 복지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빈민들이 '사회적인 문제'라는 생각은 빈곤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한국 사회의 (혹은 세계적인) 통념입니다.

©글항아리

<빈곤 과정>의 저자인 조문영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서문에서 '빈곤 레짐'을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비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하십니다. '레짐'이란 제도, 법, 지식, 기술 등이 행위자와 관계를 맺으며 형성되는 특정한 주체를 의미하는데요.

빈곤 문제를 '물질적 결핍'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빈곤에 대한 인식과 감각의 형성, 빈곤 경험의 재현과 빈곤 문제의 공론화가 한 시대에서 어떻게 관계하는지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적인 관점입니다.

빈곤을 그 자체로만 보아서는 안 되고 빈곤과 관계하는 정부와 시스템, 기업 등과의 과정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책은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한국에서의 빈곤. 그리고 빈곤에 대한 인식 형성에서부터 기초생활자법과 부양의무제를 비롯한 한국의 사회보장 지출 정책, 한국과 중국의 현장 연구를 바탕으로 한 문화 기술까지 다양한 시기와 층위, 입장에서 빈곤 문제를 바라봅니다.

저는 평소 한국 사회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시선이 어디서 왔는지를 따라가보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담롱 활동을 통해 도시 빈민에 대한 영상을 몇 편 만들며 한국 사회가 빈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궁금증이 많이 생겼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접근과 분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이론과 역사만이 분석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장의 사례가 많이 언급되고, 한국의 반빈곤 활동가들의 운동·기록 자료 또한 많이 등장합니다.

빈곤에 대한 관심이 있는 어느 측면에서 - 사회복지학, 경제학, 정치학, 반빈곤 운동 등 - 있다고 하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담쟁이 여러분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묵자 PD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