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호] 좀 비효율적이어도 괜찮잖아요

#담쟁이레터 #담롱 #18호

2023. 5. 2.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18. 2023년 5월 1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인사이트방 엿보기
: #마라도고양이 #중증장애인_최저임금 #그리고_일자리 #피해자의_죽음을_소비하는_방식

2️⃣ 이달의 영업왕: 유튜브 <낮술의 기하핰>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그렇게 고양이들은 섬을 떠났어요

마라도 길고양이들이 이주했습니다. 멸종위기종 뿔쇠오리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 때문에요. 이 일을 둘러싸고 온라인에서 일명 ‘길고양이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길고양이와 캣맘을 향한 혐오를 쏟아냈죠. 저는 고양이와 새,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혼란스러웠어요. 우리 생태계가 특정 종을 내쫓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체계가 되어 버린 걸까요? 저처럼 혼란스러웠을 분들께, 오늘은 마라도 고양이 이주 과정을 꼼꼼히 정리한 글을 공유합니다.

35년째 최저임금 밖에 놓인 이들

2020년 기준 중증장애인의 월 평균 임금은 37만 원. 최저임금은 매년 오르고 있지만, 중증장애인들의 월급은 매년 되려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최저임금법상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을 받을 수 없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업무수행에 큰 지장이 있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줘도 되는 면죄부가 된단 것. 여러분은 이 현실을 알고 계셨나요?

생계급여 많이 줄어도 평범한 노동자가 좋았다

55세에 신입사원이 된 이진숙씨는 "내가 늦복이 있다"고 말합니다. 회사 동료들과 교류하며 존중과 배려를 배우고, 적지만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은 이후부터 친구들에게 밥과 커피를 사 줄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회사에서 모범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서 3년째 일하는 이진숙씨의 노동은 경쟁 노동시장에서 말하는 자본의 이윤 증식을 위한 것이 아닌, 개인과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입니다. 성과, 생산력, 효율, 이윤 등을 외치는 민간 노동시장이 노동할 수 있는 몸과 노동할 수 없는 몸을 구분짓습니다. 반면, 중증장애인 맞춤형 권리중심 일자리는 노동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짚어봅니다. 능력이나 생산력 여부를 따지며 배제하는 노동이 아닌, 누구나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사회와 관계 맺을 수 있다는 것을요.

사람들은 죽은 피해자를 사랑한다

사람들이 피해자를 소비하는 방식은 죽음을 기점으로 나뉩니다. 칼럼에서 소개된 <안네의 일기>의 안네처럼 유대인은 멸시받는 존재지만 죽고 나서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완전무결한 존재가 되죠. 최문선 기자는 죽어서 말이 없는 피해자의 권리를 찾아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사랑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칼럼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피해와 가해의 위계가 생기는 여러 경우에도 모두 적용되는 것 같아요. 피해자는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하고 광장에서 우는 순간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당신들이 상상한 순수한 피해자는 없다는 것, 그들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는 늘 울려 퍼지고 있었다는 걸 우리 사회가 이제는 알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좀 비효율적이어도 괜찮잖아요

유튜브 <낮술의 기하핰>

#낮술 #장기하 #유유자적 #비효율 #함평

가끔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인생의 매 순간 이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달려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뛰고는 있으나, 정작 주위를 살필 새도 신경 쓸 새도 없을 때. 무엇보다 '유유자적'한 상태를 꿈꿨던 것 같아요.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삶. 여유가 있어 한가롭고 걱정이 없는 모양. 오늘은 이 '유유자적의 미학'을 지닌 콘텐츠 <낮술의 기하핰>을 영업하고자 합니다.

©낮술의 기하핰, 유튜브

<낮술의 기하핰>은 장기하가 말 그대로 낮술을 하는 콘텐츠입니다. 여유롭고 한가롭고 걱정이 없는 모양새에 낮술만한 게 없지 않을까요. 고즈넉한 동네 식당에서 장기하는 특유의 느긋함으로 찬찬히 말하고 신중히 술을 마시고 음식을 곁들입니다. 그 장면에 한낮의 햇빛이 비칠 때 '유유자적'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낮술의 기하핰>은 시즌 1에서 경남 밀양을, 시즌 2에서는 전남 고성을 방문했는데요. 유유자적한 무드 형성엔 분명 장소가 큰 몫을 합니다. 사람의 속도는 자연히 공간의 속도를 따라가는 듯 하거든요. 퇴사 후 저는 '유유자적'을 쫓아 전남 함평으로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