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호] 미워해도 소용없어, 왜냐하면~

#담쟁이레터 #담롱 #19호

2023. 5. 16.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19. 2023년 5월 2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2023 미워해도 소용없어!

2️⃣ 인사이트방 엿보기
: #노동하지_않는_시간 #탈시설_1년 #도서관_죽이기 #짧은_슬픔

3️⃣ 이달의 영업왕: 노래 <Burn the Bridge>

🏳️‍🌈 5월 17일, 오늘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BIT)'입니다.

담롱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함께 IDAHOBIT을 맞아 청소년 및 청년 성소수자를 응원하는 '미워해도 소용없어'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2번째 캠페인인데요. 스스로를 긍정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12명의 성소수자 당사자 및 앨라이 분들의 목소리를 담아봤습니다.

본 영상을 시작으로 출연진 각각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5월 17일부터 5월 26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부탁드려요 ❤️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노동하지 않는 시간의 중요성

여러분은 '노동'을 어떻게 여기고 있나요? 인생의 대부분을 일하며 보내다 보니 의미를 부여하게 되기도, '먹고 살려고 억지로 한다'는 순간도 찾아오는 것 같아요. 칼럼을 쓴 유정아 작가는 일에서 모든 희로애락을 찾다가 번아웃이 왔던 적이 있다는데요. 이에 노동의 의미와 함께 일상의 동력을 잃었다가 깨달은 점을 제시합니다. 어쩔 수 없이 일상에서 노동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노동'이 나에게 어떤 것인지 정의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탈시설 시범사업 1년 살펴보니···참여자 모두 "자립생활 만족"

최근 모 언론사에서 저널리즘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수업의 하나로 조별로 보도기획안을 써내야 했죠. 제가 속한 팀은 중증장애인 노동권 이슈를 다뤘습니다. 몇 주에 걸쳐 준비한 기획안을 발표하던 날, 한 기자님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피드백을 30분 내리 들었습니다. "계몽주의적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나 쓸 법한 기획안이다" 등이었죠. 그중에서도 "정말 몰라서 묻는데, 탈시설이 뭐냐"란 마지막 답변이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음이 꺾인 나머지 저는 집 가는 내내 눈물을 흘렸답니다. 탈시설이 무엇일까요? 탈시설이 왜 필요할까요? 기자님이 이 기사를 꼭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도서관 죽이기,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제가 어릴 적 살던 도시에는 큰 도서관이 있었습니다. 학생 때 자습 없는 주말이면 도서관에 갔습니다. 공부하다 졸리면 서가를 구경했어요. 앉거나 눕거나 그림 그리거나 뛰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만화를 읽느라 시간을 다 보내기도 했습니다. 졸업을 앞둔 겨울엔 대출기한 내 절대 다 읽지 못할 책을 무겁게 지고 나와 호떡을 사 먹었네요.
곳곳에서 공공 도서관을 없앤다는데, 저는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이 앎은 생각이라기보다 몸의 기억이라, 저로써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여 대신 다른 이의 글을 찾아보는 중인데, 그 중 하나를 오늘 여러분께 보냅니다. 우리 민주주의에도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나태한 당신의 짧은 슬픔

오늘도 어김없이 소셜미디어(SNS)에 들어가 정신없이 스크롤을 내렸습니다. 심각한 사회 이슈가 나오면 잠시 분노했다가, 귀여운 사진이 나오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슬픈 영상이 나오면 눈물 찔끔, 웃긴 썰을 보면 깔깔. 화면을 내리고 내리다 지칠 때쯤 홀드 버튼을 누릅니다. 까만 화면이 보이고 주위가 정막해지면 찝찝한 자괴감과 함께 불안과 무기력이 찾아옵니다. 아무래도 중독이겠죠. 이민주 저자의 "나태한 당신의 짧은 슬픔"은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중독과 무기력, 그리고 애도의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영상의 속도뿐 아니라 콘텐츠의 생산 또한 인공지능(AI)을 통해 빠르고 간편해지는 지금. 과잉과 쾌속 질주에 의한 무감각이 놓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선택지, 내 모든 것을 걸어 그것을 택해"

노래 <Burn the Bridge>

#르세라핌 #Burn_the_Bridge #시작부터_확신찬_노래

담쟁이 선생님들은 어떤 노래들로 하루를 채우시나요? 저는 르세라핌의 'Burn the Bridge' 를 즐겨 듣고 있어요. 시작부터 확신에 가득 찬 이 노래를 안 사랑할 수 없었어요.

매번 선택하는 일이 두려운 저는 무엇보다도 이 여성들처럼 확신을 가지고 싶기 때문일까요. 주술처럼 가사를 읊다 보면 나름의 정신 승리를 하게 돼요. "나에 대한 확신이 있다. 자신감. 내가 결정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나'를 이야기 하는 르세라핌은 '주체적 여성상' 트렌드로 묶이기도 해요. 르세라핌 뿐만 아니라 4세대 걸그룹이 노래하는 당당한 여성 주체는 항상 멋지고 빛이 나죠. 저 또한 이들의 음악과 메세지를 소비하며 힘을 얻지만, 가끔은 당당하지 않고, 슬프고, 아프고, 웃기기도 하고, 때론 투쟁하는 여자들이 케이팝에 등장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기도 해요.

서론이 길었네요. 사실 제가 르세라핌의 노래를 영업하고 싶은 이유는 아래 가사 때문이에요.

"허락한 범위 내에서만 앞으로 나아가라고. My answer? I wish for what is forbidden to me."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선택지. 내 모든 것을 걸어 그것을 택해."

저는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어딘가 기묘(?)하고 설레는 감정을 느꼈어요. 정상성이 허락한 범위를 거부하고 다른 것을 상상하는 것. 뭔가 익숙하지 않나요?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그리고 앞으로도 열릴) 퀴어퍼레이드가 생각나기도 하고, 대학생 때 페미니즘 세미나에서 친구들과 나눈 불온하고 웃긴 대화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어요.

퀴어학자 호세 에스테반 무뇨스는 제가 노래를 들으며 느꼈던 감상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네요.
"퀴어란, 본질적으로 지금 여기를 거부하고 다른 세상의 잠재력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록 일시적이고 파편적인 순간들이지만, 우리가, 그리고 제가 경험한 '예외의 시간들'을 곱씹어보게 됐어요. 365일 정상성만 수행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일상 속에서 우연히, 혹은 계획하에 생기는 재밌고, 나다울 수 있는 퀴어한 순간들이 담쟁이 선생님들에게도 자주 찾아오길 바라요.

아무래도… 미워해도 소용없으니까요!

융융 PD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