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호] "물은 약자를 향한다"

#담쟁이레터 #담롱 #23호 #너의눈

2023. 7. 11.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23. 2023년 7월 2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인사이트방 엿보기
: #다양한암컷 #채굴되는지구 #장마취약계층 #김예지의원

2️⃣ 이달의 영업왕: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3️⃣ 2023년 서울퀴퍼 후기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음탕한 암사자, 폭압의 여왕 미어캣···다윈의 고정관념 부수는 '암컷들'

여성의 몸으로 태어난 것. ‘암컷’이라는 것에 무력할 때가 있습니다. 타고난 힘 자체가 다른 성별보다 약하고, 임신과 출산을 수행해야 하는 몸이라는 것이 불공평하게 느껴질 때가 가끔, 사실은 자주 있습니다. 인간 암컷뿐 아니라 다른 비인간 암컷 동물들에게도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있었는데요. 지난 주말, 책 <암컷들>을 읽고 조금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자연에는 암컷 연대를 형성하는 보노보, 레즈비언 부부 앨버트로스, 나선형 질을 통해 원치 않는 정자를 차단하고 유전자의 성별을 결정하는 오리가 존재합니다. 가부장제와 여성 착취적인 문화는 모든 동물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어쩌면 자연의 눈에는 인간종의 살아가는 방식이 이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굴되는 지구, 추출되는 데이터: AI 시대의 지도 그리기와 예술

그저 매끈해 보이는 디지털은 파고들수록 기술이 발 딛고 있는 울퉁불퉁한 현실을 드러냅니다. 유난스러울 만큼 많이 들려오는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또한 그러합니다. "네트워크 라우터부터 배터리, 마이크까지 AI 시스템의 확장된 네트워크에 포함되는 각 제품은 수십억 년에 걸쳐 형성된 원소들로 만들어진다. 심원한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지구의 역사를 쥐어짜 찰나의 기술적 시간을 위해 사용하고, 이를 통해 불과 몇 년간 사용될 제품을 만들어낸다."

<Anatomy of an AI System>. 이 메일 또한 자원을 채굴해 전달되었을 것이며, 어느 데이터 센터 서버로 도착한 데이터일 것입니다. 기술의 간편함과 신기함에 기술에 얽힌 환경과 노동, 땅에 존재하는 것들이 지워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장마 코앞 반지하 주민들 "물막이판도 불안한데 그마저도 없다"

2021년부터 미국 뉴욕주와 뉴저지주에서는 526억 달러(약 68조원)를 들여 해안방벽이 건설 중입니다. 해수면 상승, 홍수 등을 막기 위한 기후적응 대책의 일환인데요. 맨해튼섬 해안가를 따라 높이 6m의 벽이 세워진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런데 얼마전 뉴욕타임스(NYT)가 사설을 통해 이 계획을 비판했습니다. 경관을 헤치는 것은 둘째치고, 방벽만으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단 것이 주된 이유였죠. 그럼에도 계획이 있다는 것이 어딘가 싶어요. 우리나라 최대도시 서울만 해도 계획이 없는 상황인걸요. 경향신문에 실린 소제목이 유독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물은 약자를 향할 것."

"국회에 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김예지 의원의 3년

그 어느 때보다 정치 혐오가 심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종이신문을 꾸준히 구독하고 있는데, 정치면을 넘길 때마다 한숨이 나오곤 해요. 하지만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꼬깃해진 마음 한편을 펴주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에요. 김 의원은 지하철 이동권 시위 당시 길에서 무릎을 꿇고 같은 당 정치인의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진심 어린 대정부 질의로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줬죠. 김 의원은 우선 이번 임기가 끝나면, 원래 직업이었던 연주자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해요. 다음 국회에서도 김 의원을 보고 싶다면 욕심일까요? 김 의원같이 국회를 다채롭게 물들일 의원들이 더 많이 나오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타인의 삶에 대해 말하는 방법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실화 #타인의삶 #프로복서 #청각장애인 #문화

#1.
링 위에서 두 명의 복서가 부딪히고 있습니다. 격렬하게 부딪히는 둘. 링의 바깥에서 복서의 어머니가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봅니다. 어머니가 사진을 제대로 못 찍는 것처럼 보이자, 그 옆의 아들이 카메라를 받아 듭니다. 경기 후, 아들은 링 위에 있던 누나에게 "사진 대단하지"라며 웃으며 디지털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정적과 함께 나오는 몇 컷의 사진들.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사진. 셔터스피드가 제대로 안 맞춰져 잔뜩 흔들린 사진. 다음 사진에서 렌즈는 링을 똑바로 보는 듯했으나, 다음 사진에선 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카메라의 시선만이 남아 있습니다.

#2.
소리 없이 말해지는 이야기. 이 장면이 저는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는 청각장애인 복서인 '케이코'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각색했다는 이 영화는 케이코가 매일 복싱과 삶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3.
미야케 쇼 감독의 말을 직접 들어보니, 영화의 모델이었던 케이코 씨가 직접 편집 과정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영화 속에는 그의 삶 속에 아주 세세한 것들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알람 대신 타이머를 맞춰 켜지도록 작동된 선풍기의 바람에 케이코는 일어납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대방에게 마스크를 내려서 말을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세세한 일상들을 지나 케이코는 링 위에서 복싱을 합니다.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스틸

#5.

이 사람의 삶이 이 영화 속에 너무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소리가 모두 사라지더라도 상관이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이 영화가 이 사람이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을 제대로 담아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6.
극장을 나오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누군가가 세계를 감각하는 방법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매일의 숙제 같은 것 같습니다. 그외에도 이 영화 속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습니다. 이 고요하고, 동시에 치열한 링 안과 밖의 싸움에 대한 영화를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윤오 PD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