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호] "위트를 껴안고 버티는 하루"

#담쟁이레터 #담롱 #24호 #에세이 #추모

2023. 7. 25.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24. 2023년 7월 4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인사이트방 엿보기
: #환상속존재 #바깥마음 #혐오 #자신만의춤

2️⃣ 이달의 영업왕: 책 <커리어 그리고 가정>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요즘은 정말 괴로운 뉴스밖에 없는 것 같아요. 분노의 방향은 명확한데 해소할 길은 막연해 갑갑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런데도 일상은 속 모르고 계속되고… 그 지겨움에 거듭 괴롭던 어느 출근길에 이 칼럼을 읽었습니다. '애는 남자도 없이 혼자 낳을 줄 알며 웃는 낯으로 실업급여를 타 해외여행을 떠나고 샤넬 선글라스는 필수템인' 우리네 청년 여성의 존재에 감탄하는 글이에요. 역시 정확한 곳으로 살을 날리는 위트는 언제나 힘이 됩니다. 모두 오늘 하루도 잘 나시기를!

강보원 「에세이의 준비」 3화: 모조 마음

믿고 보는 글쓴이가 여러분에게도 있을 것입니다. 시인, 문학 평론가이자 에세이를 쓰는 강보원 작가는 제게 항상 좋은 '태도' 대한 깨달음을 주는 이입니다. 그는 최근 민음사 블로그를 통해서 <에세이의 준비>라는 글을 연재 중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나열하는 어떻게 보면 날로 먹는 메타적 글들입니다. 그런데 묘하게 감동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글쓰는 데에 소재란 '글'이면 된다든지, 재미가 정말 전부인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보다 내 결여를 바깥에 찾는다든지 하는 말들. 그가 말하는 "바깥의 태도"에 대해서 한번 읽어보시길.

추상적 단어 아래 똬리 튼 혐오와 차별의 스펙트럼은 깊고도 넓더라

최근 제가 속한 오카방에서 대구시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립 갈등을 둘러싼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1시간가량의 논쟁 끝에 이슬람과 다문화주의 그리고 퀴어를 향한 혐오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혐오도 냅다 등장했는데요. 이 논쟁 속에서 성소수자와 여성이 갑자기 왜 등장했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었답니다. 슬픈 것은 소위 제3세계에서 좋은 일 하려 하는 분들이 모인 방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단 겁니다. 점점 혐오가 정당화되는 사회에 살아가는 시대에 살아가는 것 같은 요즘인데요. '정당한 혐오'는 없단 말을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자신만의 춤과 춤의 자리가 있다"

저번주 토요일은 마법 같은 하루였어요. 노들장애인야학 댄스팀 '에스쁘아'와 문화예술단체 '쿨레칸'이 마로니에공원에서 춤 공연을 했거든요. 공연 시작 전에는 비가 쏟아졌는데, 댄스 스테이지가 열리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멈췄어요. 아프리카 음악부터 K-뽕짝을 아우르는 선곡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기쁨의 향연이었습니다. 춤추는 모두가 참 아름다웠어요. 프로그램을 기획한 노들장애인야학의 유미 활동가님은 "기존 장애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각자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자리에서 사람과 사회를 만나고 싶다"고 말해요. 저에게 마법같은 만남을 선사해 준 노들 에스쁘아팀은 오는 8월 15일 마로니에공원에 다시 모인답니다. 그땐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춤출 수 있길 바라요.

결국은 노동이 문제다

책 <커리어 그리고 가정>

#성별임금격차 #임금불평등 #출생율 #노동 #온콜

담롱의 주간 회의에는 최근에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이슈 현안에 대해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몇 주 전이었던가요, 저출생을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어요. 저출생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저출생이 과연 문제인지, 저출생 시대를 앞두고 무엇을 이야기 해야 하는지에 대해 러프하게 의견을 나누었어요.

워낙 오랜 시간 동안 인구 절벽이 우리 사회에 도래할 큰 문제라고 들어왔기 때문인지, "만약 저출생이 문제가 아니라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는거지", "저출생이 문제라면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잔상처럼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이러한 고민에 아주 작은 실마리를 제공해준 책입니다.

<커리어 그리고 가정>은 노동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의 저서입니다. 미국 내에서 100년간 이어온 대졸 여성의 성별임금격차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골딘은 현시대의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으로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편견, 그리고 직종 분리에 의한 원인보다는 부부 관계의 불공평성으로 인한 일자리의 격차를 원인으로 보았어요.

©생각의힘

자녀가 있는 경우 부부 한 명은 집에서의 일에 '온콜' 상태여야 하기에 둘 중 한 명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를, 다른 한 명은 가정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불규칙하고 유연하지 않은 일자리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 지점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시간을 일하더라도 평균적으로 소득이 적어지고 향후 커리어 개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골딘은 보았습니다.

골딘의 논의는 성 그러니까 그중에서도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대졸 여성만을 연구 대상으로 두었기 때문에 상당히 한계점이 많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그러면서도 정상가족성 아래에 여성과 남성이 갖게 되는 일자리의 성격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는 것이 흥미로운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결국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갖는 것 이전에, 노동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환경이 유연해져야 그 이상의 삶을 그릴 수 있는 상상력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에서는 유연성 있는 일자리가 더욱 생산적이 돼야 한다. 그리고 아동의 돌봄을 국가가 보조해야 한다 등 엄청 색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결국 저출생 문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개인의 일상에 가장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동이 바뀌어야 한다는 고민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 세기를 거친 여성과 커리어·가정과의 관계 변화 설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미국의 이야기라 현재의 한국 상황을 떠올리면 의아한 부분도 많이 있지만, 관심있는 분들께는 충분히 흥미로운 책일 것 같아요!

묵자 PD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