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호] 걷고 먹고 멍때릴 수 있다면

#담쟁이레터 #담롱 #25호 #여행 #특수교육

2023.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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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5. 2023년 8월 2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인사이트방 엿보기
: #갯벌 #특수교육_본질 #반복되는_추모 #거대도시_속_걷기

2️⃣ 이달의 영업왕: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아름다움을 본 죄, 못 본 죄

초등학생 때, 딱 한 번 새만금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군산에 사는 외삼촌을 따라간 간척사업 현장에서 저는 영문도 모른 채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이켜볼수록 왜 그렇게 서럽게 울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 아직도 강렬한 기억인데요. 자세한 내막은 전혀 모르는 어린이였으나 이 거대한 바다를 인간이 함부로 메운다는 무모함에 대한 두려움, 생물들이 살 곳을 잃는다는 것에 대한 슬픔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점점 무기력과 냉소가 늘어가는 어른이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새만금에는 갯벌이 있음을 그리고 갯벌을 지키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영화 <수라>를 통해 보았습니다. 갯벌과 사람들의 슬프고도 찬란한 모습을 보며 끝이라는 절망이 오만일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누가 뭐래도 특수교육의 본질은 통합이다

처음 특수교사 아동학대 고소 사건의 기사를 접하는 순간 머리가 지끈 아팠습니다. 이때다 싶어 장애인 혐오, 아동 혐오를 하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말들이 인터넷 세상을 넘실거립니다. 누가 어떤 말을 했고, 무엇을 잘못했고, 증거는 어디에 있는지 낱낱이 심판하려는 대중의 심판대 위에서 특수교육에 대한 담론은 점차 가려집니다.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특수교사 공진하 선생님의 글을 통해 조금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보다 너무도 쉽게 '배제'를 선택해버리는 사회의 분위기가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요.

추모, 추모, 또 추모…슬픔에 잠긴 한국 사회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는 나날입니다. 무장경찰과 장갑차가 하루아침에 거리 곳곳에 배치됐고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주변을 둘러보며 같이 아파하고 싶습니다. 반복되는 추모 속에 그저 눈시울만 붉어지는 요즘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한 한 기자님이 이런 말을 남겨주셨어요. "(반복적인 추모란) 싸움의 문법을 잃은 시민사회에서 때로는 저항을 기폭하는 대신 흡수하는 의례"라고요. 슬픔과 분노란 감정이 문장 속에 꾹꾹 눌러담긴 듯 했습니다. 선생님이 어디 계시든 간에 안전하고 또 행복하시길 바라는 아침입니다.

[전현우X정희원 칼럼] 거대 도시 속에서 걷기

지난 월요일 출근길에 넘어져 몸 여기저기를 다쳤습니다. 양 무릎에 시퍼런 멍이 들었고, 피가 났고, 한의원에 다니게 됐습니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하고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는 꽤 걸어야 합니다. 성치 못한 몸을 이끌고 더운 여름에 걸으려니 고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일상적으로 주어지던 '걷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인간을 왜소하게 만드는 거대한 도시와 건물 그리고 기후위기 속에서 사람이 걷기는 점점 더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걷고, 먹고, 멍때릴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OTT #여행 #일상 #쉼 #우연

선생님들은 '잘 쉬는' 방법을 아시나요? 저는 얼마전 이직을 하게 되면서, 쉬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바로 다음 회사로 넘어가게 됐는데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학교를 졸업한 후 마음 편하게 쉬어본 적이 거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생각도 고민도 많은터라 멍때리는 것도 잘하지 못했고요.

저 같은 사람에게 <박하경 여행기>는 일상에서 틈을 내어주라는 작은 제안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8부작인 이 드라마는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박하경이라는 주인공의 짧은 여행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다예요.

하경은 수업을 하다 지친 제자들의 얼굴을 볼 때, 인터넷 연결 문제로 부모님과 입씨름을 할 때 당일치기 여행을 훌쩍 떠납니다. 매 회차 처음에 이런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이 장면을 보면, 현대인에게 여행은 무언가를 많이 경험하고 가득 채우려 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일상을 못 견디고 탈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속 장면들. ©웨이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회차는 대전으로 떠나는 5회 '스텝이 꼬여도 춤은 계속된다'입니다. 사실 대전은 여행지로 유명한 곳은 아닌데요. 하경 역시 원래 타려던 기차를 놓쳤고, 우연히 차창으로 본 대전역의 고양이에 이끌려 대전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의외의 인물도 만나게 되고, 갑자기 공원에서 춤을 추는 요상한 여행을 하게 돼요. 우연으로 이루어진 일정에서, 불확실성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에 나를 맡기는 경험을 한 번 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회차에서 "여행이 쓸데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특별히 재미있지도 의미 있지도 않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래서 즐겁다"라고도 말하죠. 어쩌면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인생 전체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히 재밌고 신나지 않아도 '걷고, 먹고, 멍때릴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인생이고 즐거운 것이 아닐까요.

람지 PD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