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호]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담쟁이레터 #담롱 #26호

2023. 8. 22.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26. 2023년 8월 4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인사이트방 엿보기
: #녹색식민주의 #수치와_성폭력의_결합 #피투자자의_시간 #세개의_동사

2️⃣ 이달의 영업왕: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감사는 혁명적이고 만족은 급진적이다"

하와이, 캐나다 등 해외 산불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먼 나라 이야기 같다가도, 산불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을 읽다 보면 화를 안 낼수가 없네요. 미국과 유럽의 식민주의, 제국주의 등 억압의 역사가 기후변화와 맞물려 특정 사람과 장소의 취약성을 악화시켰다고 해요. 절망에 무력해지는 요즘, 저는 토착민 인디언 부족 출신 여성과학자의 책 <항모를 땋으며>가 생각나서 다시 읽고있어요. 작가는 자신을 키운 것이 '딸기'라고 고백하며 자연과의 상호 돌봄 관계를 말합니다. 백인들이 땅을 '약탈의 대상', '소유물' 삼은 것과 대립되는 토착민의 생태적 지혜를 설명하죠. "옛 이야기의 실에서 새 이야기가 직조된다"는 지은이의 말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수치와 성폭력의 결합…억압·통치의 수단이 되는 과정

저는 오늘 '짧은 영업왕' 느낌으로 최근에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조애나 버크의 <수치>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강간의 유구한 역사와 강간문화 등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강간은 '여성혐오'의 맥락에서 단일하면서도, 계급과 인종 등이 덧씌워진 다층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결국 저자는 '수치'를 느껴야 할 대상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와 사회 구조임을 지적하며 '강간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이야기하는데요. 과연 강간이 사라진 사회는 실현 가능할까요? 책을 덮은 후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지만, 이런 공동체를 상상하는 것이 첫걸음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신용도의 정치적 우위

매일이 암담하게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그러기에 우린 악착같이 지금 뭘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무엇을? 유용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담론을 발굴하고 발견하는 것입니다. 벨기에의 철학자 미셸 페어의 책 <피투자자의 시간>은 금융 논리가 이미 지배하고 있는 지금 사회의 현재를 탐구하고 그 안의 주체들의 생태를 파악하고 이를 전유할 것을 촉구합니다. 책 홍보 차원에서 올라온 그의 짧은 기고문 속에선 금융 사회의 논리를 통해 지금의 정치 지형을 이해하는 방식이 간략하게 담겨 있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상상하기 위해 일독을 권합니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세 개의 동사로 이루어진 영화

최근 아는 지인분의 가족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오랜 투병과 연명치료 끝에 결국 하늘나라로 가셨단 소식을 페이스북에 접하고 한주 내내 기분이 우울했습니다. 여러 소셜미디어(SNS)에 연이어 글들이 쏟아질 때마다 기분이 그저 묘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재밌게 사는 것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술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이번주도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 합니다.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

#음식 #시골 #끼니 #배우 #여름

요새 <삼시세끼 산촌편>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 세 배우가 여름 강원도 산촌에서 밥을 차려 먹는 단순한 프로그램입니다.

저로서는 갑자기 산골에 떨어뜨려 놓으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데, 이들은 잠시 우왕좌왕하더니 곧바로 상다리 부러지게 끼니를 차려 먹습니다. 디저트에 커피까지 빼먹는 코스가 없어요.

▲ 예능 프로 <삼시세끼 산촌편> 속 장면들. ©tvN

이 걸출한 배우들은 하루 종일 종종걸음으로 반쯤 뛰어다닙니다. 몸보다 마음이 급해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진 모양새로 마당 끝과 끝에서 서로의 이름을 외쳐 부릅니다. 제작진은 좀 진정하라는 투로 자꾸만 말합니다. 이건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여유를 가지라고, 여러분은 산촌에 힐링하러 왔다고.

그렇지만 나를 먹이는 일은 원래 힘이 드는 법입니다. 여유보단 고단함이고 힐링보단 생존이지요.
나를 생존시키는 일만큼, 나를 돌보는 일만큼 티 안 나는 수고도 없을 겁니다. 잘해봤자 겨우 본전밖에 안 되는 일을 매일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괴롭고 어렵고 무겁게 느껴지곤 합니다.
먹어야 하는 사람도 나, 먹여야 하는 사람도 나, 그리고 그 굴레가 버거운 사람까지도 나. 먹고 사는 일은 정말이지 하나의 문제입니다.

세 여자는 제작진에게 한 번 웃어주고는 다시 속도를 냅니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텃밭에서 야채를 뜯고 불을 피워다 밥을 차려 먹고, 그 와중에 설거지를 하고 천막을 치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닭 모이도 주려면 쉴 새가 없습니다. 이들의 부지런한 끼니와 성실한 생존은 이 무더운 여름날 어쩐지 위로가 됩니다.

세 사람이 습관처럼 말하듯, 오늘도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잘 챙겨 드시기를 바랍니다.

수달 에디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