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호] 서로의 몸이 되어가는 과정

#담쟁이레터 #담롱 #28호 #PD노트

2023. 9. 19.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28. 2023년 9월 3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PD노트

2️⃣ 인사이트방 엿보기

: #인종자본주의 #문제해결능력 #해수온도상승

3️⃣ 이달의 영업왕: 가을길 산책

춤추는허리로 시작해 담롱으로 이어진 동료 이야기

담쟁이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이번에 올라온 '춤추는허리' 영상을 기획한 융융 PD입니다.

저는 평소 장애와 젠더가 교차하며 피어나는 이야기들, 특히 여성들의 경험에 관심이 많아요. 그 관심에 불을 지펴준 건 장애여성공감이 지은 책 <어쩌다 이상한 몸>이었어요. 읽다 보니 자연스레 춤추는허리 극단에 대해 알게 됐죠.

이번 영상의 기획 취지는 "'보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보여주는' 장애 여성들을 만나고 싶다"였어요. 주류 문화가 장애 여성들을 비장애중심적인 문법에 기대어 타자화해왔기에, 이들이 고유의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가시화하는 활동이 궁금했거든요.

▲ 모처럼 올라온 담롱 영상 안 보신 분들은 바로 클릭. ©담롱

그런데 사전 미팅 후 영상의 방향성이라고 해야 될까요? 영상을 아우르는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원님이 말씀해주신 '실패하는 연습실'이란 비유가 되게 맴돌았거든요.
장애여성공감 대표인 이진희님은 춤추는허리 무대를 '실패하는 연습실'이라고 빗대어 말씀하세요.

그 이유가 무대를 통해 장애 여성들이 실패해보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었어요. 아래는 사전미팅에서 좋았던 부분을 일부 발췌했어요.

“장애 여성들이 계속 보호와 통제를 받는 대상이었기 때문에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해보고 실패해보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근데 무대는 그런 기회를 가진다. 어떻게 움직일지 계산해보고, 계획해보고, 실패하는 거. 공연을 망친 후에도 그래 우리 더 실패하자. 더 잘 망해보자 다짐하고.”

무대는 혼자 올리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춤추는허리가 이 일련의 과정을 동료들과 어떻게 함께하는지 궁금했어요. 저는 그 당시 동료, 함께하는 것, 공동체 등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다른 단체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때론 지긋지긋하고, 울기도 싸우기도 하지만 다시 연습하는 과정이 "서로의 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참 와닿았어요.

우리 안의 차이들을 인정하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불화를 건강하게 마주하는 것. 계속 부딪혀보고 맞춰볼 수 있는 안전한 공간. '내가 안전하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공동체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잘' 실패하기 위해.

▲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의 모습. ©장애여성공감

영상 편집할 땐 춤추는허리의 모든 말들이 주옥 같아서 어떻게 줄일지 감이 안왔어요. 근데 담롱 멤버들이 저에게 이 영상을 통해서 꼭 전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역질문을 해줬어요. 그때 춤추는허리의 '동료성'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그걸 주제로 잡고 편집하니까 편해졌어요. 담롱 존재들* 이 초반에 방향을 안잡아줬다면 저 혼자 못했을 거예요.

*담롱 존재들: 저희끼리 쓰는 젠더 뉴트럴 대명사

그렇게 올여름 춤추는허리 관계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며, 동시에 제 삶 속에서 담롱 존재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조금씩 커져가는 걸 느꼈어요. 서로 정말 달라서 당황할 때도 있고 웃길 때도 있고 가끔 이해 못 할 때도 있거든요. 그게 어쩔 땐 감정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요.

그만큼 내가 이 존재들을 귀하게 생각하니까 이들에게 이해 받고 싶고, 이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영상 편집하면서 느꼈어요. 여러모로 저에게 동료에 대한 많은 마음을 느끼게 해준 영상이었습니다.

인터뷰 때 한 분이 그런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무대에서 느낀 자유로움은 무대 밖 삶과 이어지고, 치열함을 위한 힘을 준다고." 선생님들은 영상 어떻게 보셨나요? 개인적인 소망은, 무엇보다 영상이 선생님들께 힘을 되길 바라요. 저희 모두 삶을 대할 때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춤추는허리의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내가 잘 보여줄까" 말을 기억하며, 내가 좀 더 솔직해지고, 스스로 결정하고,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우리에게 자주 일어나길 진심으로 바라요. 그 과정에 담롱도 함께 할게요.

융융 PD 드림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유색인종은 어떻게 지워지는가

혹시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그런 적 있지 않나요. 동양인이 얼마나 나오는지 세어보고, 선심 써서 끼워 넣은 듯한 '비백인'을 보고 약간은 안심하는 경험. 그러나 단순한 등장으로는 인종의 불평등한 구조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는 다양성마저도 납작하게 소비되곤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종은 노동 착취와도 연관되어 있는데요. 패션 산업을 통해 인종 자본주의를 살펴봅시다.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한 한국

담쟁이 선생님, 여러분 안녕하신가요? 후퇴하다 못해 모든 것이 사라지는 요즘. 저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분노와 슬픔이 번갈아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답답함이 커집니다. 그러던 중 시사인 기자님의 책 추천 글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찾아서 선생님들과 공유합니다.

"수해 피해부터 초등교사의 죽음, 흉기 난동 그리고 잼버리 사태까지 모두 어딘가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구석을 담고 있지만 좀처럼 사회적 의제가 되지 못하고 손에 쥔 모래처럼 흩어진다. 그 위를 또 다른 사건·사고와 이슈가 뒤덮을 뿐이다. 한국 사회는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한 게 아닐까. 무더위 속에서 의구심이 짙어진다."

역대 최고 수온 기록한 8월 한반도 주변 바다

더위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던 8월이었습니다. 사실은 아직도 낮이 덥습니다. 얼룩소의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8월, 한반도 주변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역대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으며 심지어는 "모든 달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네요. 해수면 온도 상승은 바다 생태계의 파괴에 이어 기후변화에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무언가를 강하게 내 몸으로 체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이번주 주말엔 기후정의행진이 있습니다.

터벅터벅 일상, 빙글빙글 산책

잠깐 우리 함께 걷자

#가을 #산책 #경춘선숲길 #일상 #터벅터벅

이제 다시 산책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가을을 맞이하며 이번 영업왕 아이템으로는 산책을 가져왔습니다.

여러분은 산책을 좋아하시나요? 저에게 산책은 없어서는 안 될 일상의 시간인데요. 어느 때를 추억하든 산책의 순간이 저에겐 가장 아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야자하기 전 친구들과 운동장을 빙글빙글 돌던 기억. 놀거리 없는 외진 동네에서 시간을 축내던 대학교 때, 발이 아플 때까지 교내를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 일하면서도 점심시간이면 늘 산책을 했습니다. 무리 지어 공원을 빙글빙글 도는 직장인들을 보며 '어른이 되어도 별다를 게 없구나'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제 인생에 있어 가장 많이 산책했을 때는 제가 가장 불안했을 때인 것 같아요. 나를 설명할 말 없이 어중간할 때. 그 자유를 좀 즐기면 될 텐데 괜히 성급해질 때. 제 자유를 산책에 쏟았던 것 같습니다. 하염없이 걷다 보면 제가 조금씩 움직이는 작은 점처럼 느껴져서 걱정이 한결 수그러들었거든요.

산책의 시작에 있어선 이런저런 생각이 쏟아지다가도 40분쯤 걷다 보면 별생각이 없어진달까요. 평안해지지 못할 문제라면 산책은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내어주었습니다. 오늘도 뭘 영업하면 좋을까 헤매다가 결국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걷고 걷다가 산책을 영업하자는 마음이 생겨 산책길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