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어떻게 타인과 연결되는가?

#담쟁이레터 #담롱 #32호 #기억 #사랑

2023. 11. 28.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32. 2023년 11월 5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인사이트방 엿보기
: #악순환 #여성고립청년 #한소희와불안

2️⃣ 이달의 영업왕

: 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보도에 '악순환' '복잡' 맞지 않다"

"쉽지 않다." 저도 모르게 이 문장을 자주 언급한단 걸 알게 됐어요. 이 문장의 이면에는 무슨 일이 생겨도 어쩔 수 없단 기저가 깔려 있죠. 그런데 '악순환'이란 단어에도 그런 의미가 있단 걸 알고 계셨어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기간 중 언론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라고 해요. 이 단어에 대해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분들은 이렇게 말해요. "얘네 또 싸워"라는 식의 묘사는 폭력을 휘두르고 처벌도 받지 않은 국제법의 현 상황을 그저 읊는 구절이 된다고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종교·역사·미국 정치가 더해져 골치 아프다란 주장은 본질을 흐린다고요. 네,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우리 관심을 눈 돌리지 말았으면 해요.

"누워 있어도 되는데, 밥은 꼭 챙겨 먹어"

책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의 저자 안예슬 작가는 여성 고립 청년 당사자이자, 동시에 여성 고립 청년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가 여성에 집중한 이유는 당사자로서 겪은 경험 때문도 있지만, '고립' '은둔' 청년 지원 정책 대부분이 남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인데요. 작가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특히 직장을 잃거나 가족 내에서 가부장적인 억압에 짓눌릴 때 고립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해요. 그래서 젊은 여성이 고립감을 느끼는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는게 중요하다고요. 작가는 "젊은 여성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갖거나 유지하지 못할 확률이 더 높고, 그 공백 시기에 고립을 겪을 위험이 크잖아요. 이런 구조적 문제는 빼놓고 개인의 우울증만 치료하면 해결될까요"란 질문을 던집니다.

한소희가 그저 가만 히 존재하는 순간

담쟁이 선생님들, 배우 한소희 좋아하시나요? 화보와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도 멋지지만, 저는 특히나 그의 생각이 드러나는 인터뷰와 블로그 글이 참 좋더라고요. 최근 한소희의 에스콰이어 인터뷰 일부 캡처본을 트위터에서 봤습니다. '불안'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불안은 아주 얇은 종이예요. 그래서 우리는 이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게 부지런히 오늘은 오늘의 불안을, 내일은 내일의 불안을 치워야 하죠. 내 마음에 더는 쌓이지 않도록 매일요." 저도 불안을 '반려'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불안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요. 불안과 이별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하루치의 불안을 내다 버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지요. 한소희가 인터뷰 말미에서 말했듯, 저도 '불안에 취약하지 않게 고쳐보려'합니다.

세계와 당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분투

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타자 #이해 #과학 #자폐스펙트럼장애 #ADHD

저는 뼛속까지 문과형 인간이었습니다. 쎈수학 문제집을 풀 때마다 치를 떨면서 문제를 풀다가 기어이 답지를 보면서 의아해했고, 과학 수업은 듣다가 그냥 엎어버리고 자기 일쑤였던 것 같아요.

그런 제가 요즘 과학책을 읽으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과학책을 읽기로 마음먹게 된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배우이자 감독인 조현철 씨의 인터뷰였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작년 청룡영화제에서 남겼던 유명한 수상소감이 미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책으로부터 영감받았다고 말하더군요. 과학자들의 언어에서 어떻게 그런 심금을 울리는 소감이 나왔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최근 즐겁게 읽고 있는 과학책의 제목은 영국의 생물학자 카밀라 팡이 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입니다. 사실 과학연구서보다는 에세이에 가깝기는 하지만, 앞으로 해나갈 과학 탐구의 작은 실마리를 이 책을 통해서 얻어나가고 있어요.

▲ 영국 생물학자인 카밀라 팡이 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교보문고

이 책을 쓴 카밀라 팡은 자폐스펙트럼장애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가 현실-세계-타인을 경험했을 때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자신이 배운 과학과 언어로서 이해해보고자 노력한 기록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자연을 이루고 있는 프랙털 구조, 우리 몸속의 단백질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들, 무질서로 향해가는 열역학적 법칙, 보강간섭을 이루는 파동의 효과 등등. 저로서는 도통 손에 잡히지 않는 알쏭달쏭한 개념들이지만, 그는 도리어 이 개념들을 먼저 이해하고 이 개념을 자신이 둘러싼 세계와 사람들을 이해하는 도구로써 사용하고자 노력합니다.

누군가를 곤란하게 했던 경험들, 또는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자신의 경험들을 찬찬히 늘어놓고 자신이 알고 있는 틀로 그 경험들을 새로이 이해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퍽 제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타자로 닿으려고 하는 그의 분투를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기억이 시작된 이후 내 삶을 지배해왔던 질문이 하나 있다. 원래 그렇게 프로그램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타인과 연결되는가? 나는 사랑, 공감, 신뢰 같은 감정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절실하게 알고 싶다. 그래서 나는 말과 행동, 사고방식을 시험해 보면서 내 삶에서 직접 과학 실험을 했다."

윤오 PD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