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레터 #담롱 #33호 #존재 #되기 vol.33. 2023년 12월 2주차 뉴스레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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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인사이트방 엿보기 : #김용균5주기 #아동홈리스 #노동과자아실현
2️⃣ 이달의 영업왕
: 2023 엄정화 단독 콘서트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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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고(故) 김용균 씨가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지난 7일, 대법원은 원청인 서부발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절망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님의 영상을 보고 더 나아가야겠다는 내면의 힘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영상을 만들다 보면 당사자에게 카메라 앞에서 지난한 말의 과정을 겪게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게 되곤 합니다. 김미숙님의 인터뷰를 보며 글이 아닌 영상이 담아낼 수 있는 가장 값진 것 중 하나는 눈빛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빛났다가 흐려졌다 깊어졌다 하는 눈빛에 그간의 세월과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지금 10년간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해 싸워오고 계신 세월호 어머님들의 인터뷰를 편집하고 있는데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이 바뀌었냐, 바뀌지 않았냐 하는 가시적인 변화와는 별개로 가만히 있지 않고 싸우고 시끄럽게 떠들고 아픔을 모으는 행위 그 자체에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지옥에 떨어지고 있는 지금, 더 손을 잡고 더 떠들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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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롱은 작년 국제앰네스티 인권교육팀과 함께 청소년 주거권에 대한 영상을 만든 바 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청소년 정책 지원이 날로 줄어든다는 얘기가 들리는 요즘 여전히 그냥 넘길 수 있는 통계를 접했습니다. 임세희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아동 홈리스 인원은 약 7만 명 정도입니다. 그는 비닐하우스에서 자는 아이, 장례식장 계단에서 자는 아이들의 존재에 대해서 말합니다. 인구소멸의 시기, 지금 사는 이들의 처우를 고민해야 함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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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것들’을 쳐내기도 모자란 이 시대에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복이라고들 말해요. 하고 싶은 걸로 돈을 버는 건 더더욱이요. 고백하건대 저는 현실과 제 욕망 사이의 간극에 자주 괴로워하는데요. n잡을 거듭해 온 '페미워커' 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간극을 너무 통증으로만 받아들이지는 말아야겠다 느껴요. 두 가지가 완벽히 일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간극을 좁혀보려 헤맨 경험과 시절도 다 나라고. 모든 이름 뒤에는 '-되기'가 붙는 거라고.
도마는 "저에게 '노동'은 지금은 단순히 제가 이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이지만, 결국엔 ‘자아실현'이 되는 매개체였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그는 '너 뭘 하고 싶어?', '도대체 뭘 선택하고 싶어?'라고 끈질기게 자문한 덕분에 하고 싶은 게 항상 있음에 감사하다 덧붙입니다. 저도 '융융-되기'를 실천하며 나답게 노동하고 사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 보려 합니다. 더 담대하게, 욕망 앞에 순순히 반응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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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은 가장 오래 지속하는 아름다움
2023 엄정화 단독 콘서트 <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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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한 수요일 보내고 계시는가요? 저는 오늘 휴가랍니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의 특성상 연말 시즌에 오히려 휴가 내기가 자유롭거든요. 출근하지 않는 평일은 새삼 정말 길고 또 다채롭네요. 참 오랜만에 낮 기온이 옷차림을 정하는 데 유용한 정보로 기능했어요.
지난 주말, 엄정화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가수 엄정화에게는 24년 만의 첫 단독 콘서트였다고 해요. 나 TV 좀 켜놓고 살았다 하는 사람 중에 엄정화 세 글자를 모르는 이가 없을진대, 그가 단독 콘서트를 열기까지 24년이나 걸렸다는 게 믿어지나요? '여기 서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는 오프닝 멘트를 들으며 세상 참 야속하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네요. 그런 만큼 가수와 팬, 그리고 그의 동료 모두에게 더 영광이던 현장에 저도 푹 취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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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2월 10일 서울에서 열린 엄정화의 단독 콘서트 <초대>의 모습.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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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부산 콘서트가 남아있어서, 앞으로 보러 가실 분들을 위해 저는 무대에 관해서는 더 자세히 적지 않으려고 해요. 너무 아쉽지만 떠들고 싶은 마음을 꾹 참습니다. 촘촘한 무대 연출과 가수 엄정화의 화려한 쇼맨십을 아무래도 미리 짐작하지 않고 가는 편이 좋겠어요.
대신 무대 사이 사이를 좀 더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반주가 잠시 멈추고 환해진 공연장에서 엄정화 씨는 제가 살면서 본 중 가장 솔직한 아티스트였어요. 꿈만 같다, 기쁘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니 떨지 않도록 기도해달라... 또 얼마나 많은 사랑을 고백하고 안녕을 건네던지요. 수많은 관중 가운데 오랜 팬의 얼굴을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었어요. 셋리스트가 빽빽했을 터인데 객석 구석구석을 향해 '안녕, 안녕' 인사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더라고요. 마이크를 쥔 그의 표정과 말투, 몸짓에는 거짓도 꾸밈도 없었습니다. 무반주의 솔직함은 금세 제 마음을 풀어 흩트리고, 이어지는 무대의 카리스마에 매번 깜짝 놀라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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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엄정화의 단독 콘서트 '초대' 포스터. ©라이브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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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은 가장 오래 지속하는 아름다움 아닐까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부끄러움 없는 자리, 긴 여운을 남기는 자리는 언제나 가장 솔직했던 사람의 차지 같아요. 저는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크게 웃고 나면 창피해져요. 원래 나는 쉽게 울거나 함부로 기뻐하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싶고, 약한 모습을 들킨 짐승처럼 조급해져요. 하지만 역시 솔직함은 멋진 것이더라고요.
엄정화 단독 콘서트 <초대>는 23일에 대구, 31일에 부산에서 열립니다. 연말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을 공연이니 기회가 된다면 찾아가 보셔도 좋겠습니다. 날이 많이 차니 모쪼록 감기 조심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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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선생님,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다들 따뜻하고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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