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저물어가는 시점, 언론은 '한국의 소멸'에 대해 시끄럽게 떠듭니다. 제가 냉소적인 걸까요? '소멸하면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멸의 원인으로 '저출생'을 지목하는 것도 이젠 식상합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 선택한 여성들을 탓하는 것 같거든요. ‘무출생’을 결정하기까지 여성들이 겪어온 구조적 차별을 무시하는 정부도 지겹고요.

한 해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2023년이었습니다. 담쟁이 선생님들도 살아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연숙 비평가가 소개하는 흑인 여성 소설가 자메이카 킨케이드의 말로 마무리합니다.

"미국인들은 내 소설을 리뷰할 때 엄청나게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들은 필연적으로 행복한 결말을 찾습니다. 반대로, 나는 해피엔딩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내 생각에 인생은 어렵고 그게 전부입니다. 나는 행복 추구에 관심이 없습니다. 전혀 없어요. 긍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에도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나는 진실을 찾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진실은 때때로 행복이 아니라 그 반대쪽에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2023년이 저물어갑니다. 담쟁이 선생님들은 올해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돌이켜보면 올해 세계에는 사건사고가 참 많았습니다. 2월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을 시작으로 8월과 9월에는 각각 하와이 마우이섬 대산불과 리비아 대홍수가 일어났죠.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이네요.

긴급구호 분야에서 일하는 한 지인이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각종 사건사고에 무뎌지고 있는 것 같다." 지구촌 각지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대중의 관심에 따라 모금액이 수십억에서 수억 원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유엔조차도 지원이 부족해서 2024년 인도주의적 지원 예산을 올해 대비 20%가량 줄였다고 해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부디 2024년은 희망과 행복이 가득한 해였으면 합니다.

한신대가 거짓과 협박으로 몰아붙여 강제 출국시킨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교 측의 만행을 증언했습니다. 학교 측은 출입국 사무소에 가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자진 출국했다고 서명하지 않으면 등록금을 돌려주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공항까지 가는 길엔 사설 경비업체를 불렀고, 항공권과 택배비는 등록금에서 제할 거라고 통보했어요.

누군가를 초대한다면 존중과 환대가 매너입니다. 너무 당연해서 굳이 짚어줄 필요도 없지요. 국가나 자본의 논리까지 갈 것도 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리를 이따위로 내다 버리다니 야만이라 할 수밖에요. 아이러니하게도 2023~2024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한국방문의 해라고 합니다. 환대할 줄 모르는 이의 초대에 누가 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