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운을 붙잡고 마주친 장면 그리고 노래

#담쟁이레터 #담롱 #35호 #2024 #인사

2024. 1. 9.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35. 2024년 1월 2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인사이트방 엿보기
: #빈곤과정 #그린워싱 #열심히_읽고쓰기

2️⃣ 이달의 영업왕

: 바이킹의 철학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조문영 "빈곤은 이벤트·브랜드화 아니라 철폐·종식 대상"

<빈곤 과정>이라는 책을 들어보신 분이 계실까요. 오늘 전해드릴 기사는 해당 책을 쓴 조문영 연세대 교수와의 인터뷰입니다. 20년가량 '빈곤'에 대해서 연구한 그는 그의 저서와 마찬가지로 이 인터뷰에서 과정으로서의 또는 배치로서의 빈곤에 대해서 말합니다.

먼저, 과정으로서의 빈곤이란 '빈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질적으로 인식론적으로 제도적으로 빈곤이 무슨 과정을 겪는가를 짚어보자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배치란 다른 것들과 얽힘을 말합니다. 쉬이 얘기되는 대로는 '구조적'이란 말과도 통합니다. 조 교수는 인터뷰에서 특히 배치가 구조와는 다르게 우리 모두가 하나의 요소임이 더 잘 보임에 주목합니다. 저는 이 사고의 전환이 꽤 충격이었습니다. 인터뷰는 이처럼 조 교수의 머리를 일깨우는 성찰, 그리고 개입과 연대에의 주문으로 가득합니다. 한번 살펴보시길.

"탄녹위 홍보에 이용당했다…약속과 다른 불투명·일방 소통"

우리나라 2022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 5,450만 톤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게 사실 작년 7월에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인데요. 올해 1월 4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서 해당 내용이 담긴 이행점검 결과가 심의 후 의결됐어요. 탄녹위는 보도자료에서 "청년과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점검을 실시했다"고 말했죠.

그런데 위원회에 소속된 청년과 시민사회단체는 탄녹위 홍보에 이용됐다고 말합니다. 청년의 목소리를 이용해 홍보하거나 포장한 행위, 즉 '유스워싱'에 이용됐다고요. 누구 의견인지조차 모르는 문장이 보도자료에서 강조되고, 숫자조차도 어떻게 정해졌는지 위원회조차 모르는 상황입니다. 관련 자료 내에서 통계조차가 왜곡된 것이 확인됐는데요. 녹색전환연구소의 이유진 소장님이 요걸 보고 그러시더군요. "그린워싱의 끝판왕이다." 요 이야기 담롱에서 꼭 한번 전하고 싶네요.

"상상력 없다"는 SF 스타작가 김초엽 "나는 노력형 인간"

2024년 독서의 시작은 김초엽의 <파견자들>, 애나 로웬하웁트 칭의 <세계 끝의 버섯>과 함께 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두 책 모두 포스트휴머니즘 시각으로 균, 곰팡이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살핍니다.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로 세상을 감각하고 다종의 세계를 만드는 법을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음 책으로 멀린 셸드레이크의 에세이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를 읽어보려 합니다. 김초엽 작가가 이 책에 영향받아 <파견자들>을 썼는데요. 지구상 모든 생명의 근원인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생태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해요. 저는 이렇게 책에서 책으로 뻗어나가며 지식을 확장하는 읽기를 좋아합니다. 여러 텍스트를 읽고 영감받아 부지런히 쓰는 김초엽 작가처럼, 저도 올해는 더 열심히 읽고 써보려 합니다.

바이킹의 상승과 하강 철학

페퍼톤스 그리고 바이킹

#여행 #바이킹 #철학 #페퍼톤스 #산방산랜드

담쟁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새해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1박 2일의 여행을 마치고 지금 막 제주도에서 돌아왔습니다. 아직 흩어지지 않은 여운을 붙잡고 제주에서 마주친 장면과 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저와 제 친구는 언제나 그랬듯 아주 느슨하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여행을 했는데요. 공항에서 만나서야 어디 갈지 이야기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종이잡지클럽에 갔습니다. 정말 다종다양한 잡지가 있는 그곳에서 카운터 위,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자그마한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 책엔 제주에서 해보고 싶은 소박하고 귀여운 버킷리스트들이 적혀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소원은 '바이킹 타면서 페퍼톤스 바이킹 듣기'. 너무 작고 귀여운 버킷리스트에 응원의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종이잡지클럽에서 나와 유일한 계획이었던 곶자왈로 차를 몰았습니다. 1시간을 달려 도착해보니 입구에 놓여 있는 탐방 시간 종료 안내판! 되는대로 숙소 근처에 있는 용머리해안에 갔지만 그곳 산책로도 입장 시간 종료! 뭐, 이런 일은 이제 정말 익숙합니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입장 실패의 경험은 이어졌습니다. 사계리에서 가장 좋아하던 곳인 사계생활이 3일 전 운영 종료 공고를 냈더랍니다. 슬픈 마음으로 다른 카페를 찾아갔으나 그곳 문 앞에 붙어 있는 건 오늘부터 8일 동안 공사를 한다는 소식. 카페 옆에 사는 흰말을 멍하니 보며 하하 웃었습니다.

그러나 변수가 있어야 우연의 재미도 있는 법. 헤매던 중 발견한 보물 같은 장소도 있었습니다. 바로 박력 넘치는 산방산의 정기를 받는 놀이공원 '산방산랜드’.

▲ 산방산랜드 입구 너머로 바이킹이 보인다. ©마주 PD

무척 노스탤직한 놀이기구들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이 올라간다고 소개된 바이킹이 있습니다. 설명을 읽어보니 바로 2인조 밴드 페퍼톤스가 이 산방산 바이킹을 타고 노래 '바이킹'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 페퍼스톤 노래를 듣고 전국 각지에서 바이킹을 타러온 팬들의 모습. ©마주 PD

바이킹을 타며 페퍼톤스 바이킹을 듣고 싶다던 버킷리스트가 이해되던 순간인데요. 무엇보다 정감과 유머 넘치는 바이킹 앞 안내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옆엔 이런 바이킹 철학이 적혀있었습니다.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간다."

▲ 산방산랜드 바이킹에 붙은 '바이킹 철학(?)' 속 문구. ©마주 PD

하강 뒤에 상승이 아닌 상승 뒤에 하강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당연한 사실이지만 바이킹 철학을 읽으며… 상승과 하강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임을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이번 여행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떠돌다 보면 몇 번의 실패와 몇 번의 우연 그리고 몇 번의 즐거운 일을 마주치게 되는데요. 멀리서 보면 그 모든 일들이 서로 이어지고 얽혀있는 모양새일 것 같습니다.

올해도 많은 일들을 통과해 갈 테지만 조금은 여행자의 마음으로 마음껏 헤매길 바라며, 바이킹을 영업합니다.

마주 PD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