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쟁이 레터 7호] 올해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한 권

#7호 #담롱 #겨울 #망고와수류탄 #책

2022. 11. 29.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vol.07. 2022년 12월 1주차 뉴스레터

🌱 오늘의 담쟁이 레터

1️⃣ 인사이트방 엿보기
: #비혼_인공수정_시술 #내놔라공공임대농성 #돌봄노동 #장애인우주비행사 #이덕인열사

2️⃣ 이달의 영업왕: 책 <망고와 수류탄>

*제목을 누르면 원본 기사로 연결됩니다.

법은 금지 안 하는데... 비혼 인공수정 시술 안 된다니요?

2년 전쯤 화제를 모았던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 소식을 기억하시나요? 비혼 출산은 한국에서도 가능하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가능하죠. 이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인고 들어보니, 법은 금지하지 않는데 산부인과학회가 관련 시술을 못하게 한다는 거예요. 답답할 노릇이죠…
이 기사는 비혼 출산을 원하는 여성 당사자의 목소리로 한국의 현황을 뜯어봅니다. 꼭 한번 읽고 함께 생각해봐주세요. 여성이 자신의 몸과 삶, 재생산에 대해 내린 결정을 감히 누가 막는단 말인가요?

공공임대 확충이 '정상화'다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이라고 들어보셨을까요? 이들은 약 한달째 국회 앞에 천막을 차리고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에 온 힘을 들이고 있습니다. 집에 대한 이야기들이 우리에게서 너무나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산의 영역으로 아득히 멀어지고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절실한 이들의 요구를 생각도 못하게 하곤 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왜 필요할까요? 우리는 왜 집을 사회의 영역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주세요.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시킨 돌봄

돌봄을 나타내는 사회의 시각은 양극단에 있습니다. 아주 고귀한 것 혹은 하찮은 것. 혹은 그 두 개를 합쳐서 이야기하기도 하죠. 저는 흔한 20대 서사처럼(?)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돌봄의 공백을 느꼈어요. 자취방에 쌓인 빨래, 기를 쓰고 만들어야만 하는 저녁밥 같은 것에서 엄마의 자리를 느꼈다면 너무 전형적인가요? 칼럼에서는 보이지 않는 '돌봄' 노동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돌봄은 전문적인, 가장 인간다운 일입니다. 돌봄의 대상자가 되는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고, 꼼꼼하게 일련의 과정을 수행해야 하죠. 돌봄 노동의 가치에 제대로 값을 메기는 세상, 하루빨리 올 수 있게 논의를 해야 할 때인 것 같네요.

ESA, 세계 최초 장애인 우주비행사 후보 선발

'Parastronaut'이란 단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리스어 전치사인 ‘para(나란히, 함께)’와 우주비행사를 뜻하는 영단어 'astronaut'이 합쳐진 것인데요. 유인 우주비행이 시작된 지 6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 단어가 공식 사용됐습니다. 유럽우주국(ESA)이 우주비행사 모집에서 영국 패럴림픽 육상 선수 출신인 존 맥폴을 최초의 '장애인 우주비행사(Parastronaut)' 후보로 선발한 것.
맥폴은 향후 1년간 훈련을 받으며, 장애인이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평가하는 조사에도 참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말이 인상 깊었어요. "과학은 모두를 위한 것이며 우주여행도 모두를 위한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들 영정 쓰다듬으며 눈물 흘린다"

27년 전, 스물아홉의 나이에 공권력의 폭력으로 의문사를 당한 사람이 있습니다. 장애인이자 노점상인 이덕인 열사의 이야기입니다. 1995년 11월 노점상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망루 농성에 들어간 그는 하루만에 행방불명이 되었고 사흘 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두 손이 밧줄에 감겨있고 온몸에 멍 자국이 있는 등 공권력에 의한 타살 정황이 파악됐는데, 당시 경찰은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던 열사의 시신을 탈취, 강제 부검하여 익사로 사인을 발표합니다. 김영삼 정부 때의 일이고 이후 수많은 정부를 거쳤지만 진상 규명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20년에 재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올해 5월 조사 개시를 결정했고, 얼마전 24일에 첫 유가족·공대위 면담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진정성 있는 진상규명이 조속하게 진행되길 바랍니다.

인간의 선택 또는 감정을 구술하는 방법에 대해서

책 <망고와 수류탄>

#망고와수류탄 #오키나와 #생활사 #인간에_관한_이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가을이 대뜸 막을 내렸습니다. 찬바람이 외투를 파고들고, 귀가 시린 것을 보니 비로소 겨울이 온 실감이 납니다. 겨울이 오는 것은 한해가 끝난 것이고 한해가 끝났으니 연말 결산을 해야겠죠. 저는 오늘 올 한해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기시 마사히코, <망고와 수류탄>. ©두번째테제

<망고와 수류탄 : 생활사 이론>은 일본의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의 에세이집입니다. 전후 오키나와와 일본의 최하층 부락민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그는 이 책에서 생활사 조사에 대한 방법론과 자신의 의견들을 적었습니다. 생활사 조사란 무엇일까요? 그는 생활사 조사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생활사 조사는 사람들의 인생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삶의 고단함, 고통, 고독, 행복, 슬픔, 기쁨, 분노, 불안, 희망을 청취하는 조사이다." p13

연구자는 자신이 세운 가설, 또는 규명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를 증명하기 위해서 조사를 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자는 자신이 원치 않았던 이야기 가설을 증명하는 데에 필요없는 이야기를 마주하기도 합니다. 학살의 증언을 들으러 간 자리에서 폭력에 대해서가 아니라 친구들과 나눈 시답잖은 농담을 말하는 오키나와 사람. 자신이 그다지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증언하는 하층민.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듣고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한 문단을 인용하며 오늘의 영업왕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들의 인생이란 재현 불가능한 일회적 상황 속에서 행하는, 재현 불가능한 일회성의 행위와 선택의 연속이다. 이런 상황과 행위를 계속 관찰해서 기록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상황과 행위가 모두 어떠한 형태로든 '인간에 관한 이론'을 풍부하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 이 이론에 의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가혹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삶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의 가혹함을 축소할 필요는 없다는 '이해'이다." p293~294

윤오 PD 드림